세금-제도의 찬반과 논란

캐나다의 부동산 공실세, 주거 위기 시대의 정책적 개입 도구

crurui 2025. 11. 22. 23:00

최근 수년간 캐나다 주요 도시들은 심각한 주택 부족과 주거비 급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밴쿠버, 토론토, 몬트리올 등 대도시권에서는 중산층과 청년층의 주거 접근성 악화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단순한 공급 부족뿐 아니라, 투자용 주택의 공실 증가와 부동산 투기성 보유 행태가 결합되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대응해 캐나다 연방정부와 일부 지방정부는 ‘부동산 공실세(Vacancy Tax)’라는 새로운 조세 도구를 도입하여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과세함으로써 주택의 유휴 상태를 줄이고 실수요 중심 시장으로 유도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캐나다 공실세의 도입 배경, 과세 구조, 초기 효과, 정책적 의미 등을 분석한다.

 

캐나다의 부동산 공실세, 주거 위기 시대의 정책적 개입 도구

 

 

1. 정책 도입 배경: 공실 증가와 주거 접근성 악화

캐나다의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10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주 목적보다는 투자 목적의 부동산 보유가 확대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와 고소득층이 고급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매입한 뒤 실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역 내 공실률 증가와 공급 왜곡 현상이 심화되었다.

밴쿠버시는 2017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Empty Homes Tax’라는 이름의 공실세 제도를 도입했다.
그 이후 토론토(2022년), 오타와(2023년) 등도 잇따라 유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동산 보유 행태를 규제하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 재편을 꾀하고 있다.


2. 과세 구조 및 적용 기준

공실세는 기본적으로 1년 중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주택에 대해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과세 구조는 도시별로 조금씩 다르며,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밴쿠버: 공시가의 3% 세율(2023년 기준) 적용
  • 토론토: 공시가의 1% 세율 + 허위신고 시 가산세 10,000캐나다달러 부과
  • 오타와: 공실로 판정된 주택에 대해 의무 신고제 및 세무조사 병행

일반적으로는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거나, 장기 임대가 이루어진 경우는 비과세로 간주된다.
세금은 부동산세(BPT)와 통합 고지되며, 세수는 지역의 공공주택 개발, 청년 임대보조금, 주택 개조 예산 등에 재투자된다.


3. 정책 효과와 시장 반응

밴쿠버의 경우 공실세 도입 이후 실제로 공실률이 감소하고, 단기 임대 공급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2022년 시 당국 자료에 따르면, 공실세가 도입된 첫 3년간 약 1만여 유닛이 다시 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매년 8천만 캐나다달러 이상의 세수가 발생, 이는 모두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일부 부동산 소유자들은 정부의 과도한 사적 재산 간섭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고령 소유자, 해외 거주자, 세법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신고 절차의 복잡성과 기준 모호성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도시 정부는 공실 예외 사유 확대, 행정 간소화, 온라인 신고 시스템 고도화 등을 병행 추진 중이다.

 


4. 제도에 대한 비판과 행정 부담

공실세는 정책 효과와 함께 비판과 논란도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실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유자가 해외 장기 출장 중이거나, 병원 장기 입원 등의 사유로 부재 중일 경우
실제로는 거주 의사가 있음에도 공실로 간주되어 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공실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 제출 기준이 복잡하고, 자가 신고 의존도가 높아
조세 회피나 허위 신고 가능성
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일부 도시에서는 부득이한 공실 사유를 예외로 인정하고,
검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5. 해외 주요 도시와의 비교

공실세는 캐나다에만 국한된 제도가 아니며,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유사한 과세 제도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 오클랜드, 호주 멜버른,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은
외국인 투자자나 장기 미사용 부동산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는 도심 내 두 번째 주택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고급 아파트의 공실률을 낮추고 실거주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국제 사례들은 공실세가 단기 투기 억제뿐 아니라,
주거 안정성과 도시 기능 회복이라는 구조적 문제 해결 수단으로 진화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 장기적 조세 철학과 사회적 메시지

캐나다의 공실세는 단순한 세금 정책이 아니라,
주택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주거 공간’으로 인식하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세금은 누구나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뿐 아니라,
집이 실제로 ‘사용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공공적 책임을 부여하는 조세 정의의 확장으로 해석된다.
향후 공실세는 청년·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접근성 강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주거 분산 유도,
그리고 도시 내 자산 불균형 완화라는 정책 목표와 결합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세금의 의미가 '형벌'이 아닌 '조정 장치'로서 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론

캐나다의 부동산 공실세는 비거주 주택에 대한 직접 과세를 통해 시장의 유휴 자산을 실수요로 전환하려는 정책 도구다.
단순한 부동산세 인상이 아닌, ‘거주’라는 사회적 기능을 기준으로 한 차등 과세 구조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공실세는 공급 확대보다 기존 주택의 이용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거 위기에 접근하며,
도시 내 투기 자본 유입 억제, 공공임대 예산 확충, 공실 억제라는 다층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제도는 아직 완전한 해법은 아니지만,
투기 억제 조세의 실질적 적용 사례로서 전 세계 도시 정책에 중요한 참고점이 되고 있으며,
주택은 ‘거주의 권리’라는 조세 정의 재구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