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오랜 기간 동안 지방정부 중심의 생활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재활용률 정체와 불법투기 증가, 처리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존의 일률적 폐기물 처리 방식에 대한 한계가 지적되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몇 년간 주목받고 있는 정책이 바로
‘무게 기반 종량세(PAYT, Pay-As-You-Throw)’ 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가구 또는 사업체가 실제로 배출한 쓰레기의 무게나 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폐기물 감축 유도와 비용의 형평적 분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영국 내 PAYT 도입 배경, 운영 방식, 효과 및 논란,
그리고 정책적 확장 가능성까지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1. 도입 배경: 처리 비용 급증과 재활용률 정체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는 2010년대 이후 생활폐기물 처리 예산의 급증과
재활용률 정체를 주요 환경정책 위협 요소로 지목해왔다.
특히 일률적 쓰레기 수거 방식은 배출량과 무관하게 동일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쓰레기 감축에 대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방정부는 실험적으로 PAYT 제도 도입을 시도했고,
2017년부터는 웨일스 일부 지역과 잉글랜드 남부 일부 시범지구에서
무게 기반 또는 용량 기반의 종량제 방식이 실제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 제도를 통해 ‘배출하는 만큼 부담한다’는 책임 소비 원칙을 제도화하고자 했다.
2. 과세 구조 및 운영 방식: 무게 기반 종량제의 구조
영국에서 운영 중인 PAYT 시스템은 대부분 RFID 칩이 부착된 전용 쓰레기통 또는
수거차량 내 무게 측정 시스템을 통해 배출량을 기록하고 요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기본 운영 구조는 다음과 같다.
- 가정 또는 사업체마다 전용 쓰레기통 부여
- 수거 시점에 배출 무게 또는 부피를 측정
- 지방정부가 설정한 단가에 따라 분기별 또는 월별 과금
- 재활용품은 무료, 일반폐기물은 유료로 차등 운영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쓰레기량 감소를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활용과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률 향상이라는 부가적 효과도 함께 발생시킨다.
일부 지자체는 쓰레기 감축 실적이 우수한 가구에 대해 세금 감면 또는 보너스 포인트 제공 등의
인센티브 정책까지 도입하고 있다.
3. 정책 효과와 초기 성과
PAYT 제도가 도입된 일부 지역에서는
도입 1년 내 일반 폐기물 발생량이 최대 35%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관찰되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류 등 생활폐기물 중 재활용 가능 품목의 분리배출률이 크게 증가했고,
시민의 폐기물 처리에 대한 책임 의식과 환경 민감도 역시 높아졌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지방정부 측면에서는 폐기물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절감되고,
불필요한 수거 인력 배치나 운반 횟수의 효율화로 행정 부담이 경감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와 같은 정책 효과는 단기적 성과를 넘어서
장기적 폐기물 감축 및 탄소 배출 저감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 제도의 한계와 시민 반발
무게 기반 종량세는 분명한 정책 효과를 가져왔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시민 반발과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법 투기 증가다.
일부 가구가 수수료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공공장소에 몰래 쓰레기를 버리거나, 재활용품을 일반 쓰레기와 혼합 배출하는 행위가 급증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방정부는 불법 투기 감시 카메라 설치, 신고 포상제, 교육 캠페인 강화 등의 보완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PAYT 시스템은 저소득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생계 부담이 큰 가구일수록 배출량 조절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요금을 내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회적 배려 대상 가구에 대한 요금 감면 제도와 함께,
폐기물 감축 컨설팅, 재사용 센터 운영 등 ‘선(先) 지원 후(後) 과세’ 원칙의 보완책을 확대하고 있다.
5. 국제 비교: 유럽 내 PAYT 확산과 영국의 위치
유럽 내에서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다수 국가에서
PAYT 제도를 다양한 형태로 도입해 왔으며, 특히 독일의 도시들은 1990년대부터 무게 기반 과금 체계를 운영 중이다.
스위스는 폐기물 전용 봉투(PAYT bag) 판매를 통해 사전 과금하는 방식으로 불법 투기 억제에 성공했고,
벨기에는 RFID 시스템과 디지털 쓰레기통을 연계한 자동 과금 체계를 도입해 행정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였다.
영국은 PAYT 도입이 비교적 늦은 편이지만,
기술 인프라의 발전과 지방정부의 자율 운영 역량 강화 덕분에
디지털 기반 PAYT 모델 구축에서 앞선 나라들과 점점 비슷한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제는 제도의 전면 확대와 함께 국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6. 장기적 방향: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로의 연결
무게 기반 종량세는 단기적인 쓰레기 감축 효과를 넘어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핵심 기반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곧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이며,
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직결된다.
또한 PAYT 제도는 일회용 제품 사용 억제, 재사용 문화 확산, 자원 재순환 촉진 등
순환경제의 핵심 요소들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영국 정부가 이 제도를 지역 실험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로 확장시킨다면,
쓰레기 문제를 넘어서 자원 순환과 환경 정의를 실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결론
영국의 무게 기반 종량세는 폐기물 발생 억제와 배출자 책임 강화라는 이중 목표를 제도화한 사례다.
쓰레기 처리 문제를 단순히 수거 방식의 문제가 아닌,
경제적 유인과 사회적 책임의 균형 구조로 접근한 정책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PAYT는 아직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환경 부담 증가에 따른 재정적 압박 속에서
전국 확산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고밀도 도시 환경에서도
디지털 기반 PAYT 시스템은 충분히 참고 가능한 고급 정책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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