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디지털화와 금융시스템의 복잡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세금 회피를 줄이고 조세 기반을 넓히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 거래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 모델"**을 도입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브라질의 금융거래세(CPMF)**다.
이 세금은 단순한 자산이나 소득이 아닌, 은행 계좌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금 이동 자체에 과세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한때는 브라질 조세 수입의 핵심이었으나, 세금의 광범위성과 이중 과세 논란, 서민 부담 확대 문제로 인해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왔다.
이 글에서는 브라질 금융거래세의 도입 배경, 세금 구조, 운영 결과, 폐지 배경, 그리고 국제적 의미를 분석한다.

1. 도입 배경: 세금 회피와 지하경제 확산
브라질은 1990년대 말, 극심한 재정적자와 조세 회피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었다.
국내 총생산(GDP)의 약 40%에 달하는 지하경제 규모가 문제로 지적되었고,
기존의 소득세, 부가세, 법인세 등 전통적 조세 제도는 세원을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1997년, **모든 은행 거래에 미세한 세율(최초 0.20%)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거래세(CPMF)**를 도입했다.
이 세금은 단순히 금융 자산이 아닌, 자금의 ‘이동’ 자체를 과세 대상으로 삼아 세원 추적을 강화하는 목적을 지녔다.
도입 당시에는 한시적 복지 재정 확보 수단으로 설계되었지만,
결국 10년 이상 유지되며 브라질 재정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2. 과세 구조 및 징수 방식
금융거래세(CPMF)의 과세 방식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다음은 핵심 구조다:
- **모든 은행 계좌의 자금 이동(출금/이체/자동이체 등)**에 대해 과세
- 최초 세율은 0.20% → 최대 0.38%까지 인상
- 송금자 기준 단일 과세, 입금자는 면세
- 신용카드, 계좌 이체, 자동이체, 급여 이체 등 거의 모든 거래에 적용
- 과세 시점은 은행이 자동 공제 후 정부에 납부
과세 범위가 광범위했기 때문에, 기술적 조세 회피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로 인해 소득 파악이 어려운 고소득층, 자영업자, 지하경제 참여자까지 조세망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획기적인 조세 모델로 평가받았다.
3. 정책 효과와 논란
CPMF는 도입 직후 매년 수백억 헤알에 달하는 안정적 세수를 확보하며,
의료 재정과 사회보장예산의 핵심 재원으로 자리잡았다.
정부는 CPMF를 통해 공공병원 인프라 확충, 저소득층 건강보험 재정 확보, 사회복지 예산 안정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중 과세 논란과 누진성 결여 문제가 부각되었다.
예컨대 동일 자금이 여러 단계를 거쳐 이동할 경우,
같은 자금에 대해 반복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가 발생했고,
이는 실질적으로 세율은 낮지만 누적 세부담이 매우 큰 구조를 만들어냈다.
특히 저소득층 계층일수록 소액 거래를 자주 하는 특성으로 인해
총액 대비 높은 세금 비율을 부담하게 되는 역진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사회적 반발이 커졌고, 결국 2007년 CPMF는 폐지되었다.
4. 정치적 갈등과 제도의 운명
금융거래세는 도입 초기에는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받았지만,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정당 간 정치적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좌파 정부는 이 세금을 통해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세금의 포괄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지만,
우파 정당과 보수 성향의 경제계는 세금의 비효율성과 과잉 징수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는
정치적으로 “서민 증세”라는 프레임으로 작동했고,
2007년 상원에서 세금 연장안이 부결되면서 결국 제도는 폐지되었다.
폐지 이후에도 금융거래세의 재도입 논의는 여러 차례 등장했으며,
특히 2019년과 2021년에는 디지털 거래세 형태로의 전환안이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형평성과 소비 위축 우려로 본격적인 부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5. 국제적 영향과 일부 국가의 모방 시도
브라질의 CPMF는 제도적 완성도와 실험 정신에서
세계 여러 국가의 조세 당국에게 주목받는 사례였다.
특히 지하경제 규모가 큰 국가, 현금 외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또는 디지털 자산의 과세 인프라가 미비한 국가들은
이 모델을 각국 실정에 맞게 응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예컨대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는 유사한 은행 거래세를 도입해
거래당 소액을 징수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인도는 2000년대 초반 은행 수수료 형식의 거래세 제도를 잠시 실험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정치적 수용성과 조세 역진성 문제가 한계로 작용하여
장기 운영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6. 조세 철학적 의의와 향후 전망
브라질 금융거래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현대 조세 철학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처럼 구조적으로 누락될 수 있는 조세 기반을 넘어서기 위해
실제 자금 흐름을 기준으로 한 과세 방식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이는 “과세 기술의 진보”와 “세금의 민주화”를 동시에 시도한 모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치적 설득력, 사회적 형평성,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완전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기술적 정교함보다 사회적 합의가 세금 존속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향후 디지털 자산이 보편화되고 거래 기반 경제가 확대되는 환경에서,
브라질의 금융거래세는 디지털 화폐 기반 세금 설계의 역사적 레퍼런스로 다시 조명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
브라질의 금융거래세는 전통적 세금 체계로 포착되지 않는 지하경제와 비공식 소득에 과세하기 위한 강력한 실험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세금 징수가 매우 효율적이었고,
세원 추적이 어려운 고소득층에게 실질적 조세 참여를 강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책이 장기화되며 누진성 원칙이 무너지고, 서민 경제의 부담이 가중되었으며,
단순 거래세가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과세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이 사례는 세금 설계에서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과 형평성까지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교훈이 된다.
향후 디지털 자산이나 가상계좌 기반 경제로 이동하면서,
브라질식 금융거래세의 원리를 일부 차용한 새로운 디지털 조세 모델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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