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유럽

헝가리의 칩스세, 식생활까지 바꾸는 세금의 힘

crurui 2025. 11. 20. 20:00

헝가리는 유럽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고도비만,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의 급증 문제에 직면했던 국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헝가리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과세 정책을 도입했다. 바로 ‘칩스세(Chips Tax)’로 알려진 불건강 식품세다.
이 세금은 설탕, 소금, 카페인 등 특정 성분이 일정 기준을 초과한 가공식품과 음료에 부과되며,

 

단순히 재정 확보가 아닌 국민의 식생활 자체를 바꾸려는 정책적 실험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헝가리 칩스세의 구체적인 과세 구조, 사회적 반응, 제도적 효과와 한계를 살펴보며,
이러한 정책이 식습관을 바꾸는 데 얼마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본다.

 

헝가리의 칩스세, 식생활까지 바꾸는 세금의 힘

 

 

1. 칩스세의 도입 배경: 건강 문제와 의료 재정의 경고음

2000년대 초반, 헝가리 보건당국은 자국민의 식습관 악화로 인한 비만율 증가와 심장질환 사망률 급등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헝가리 국민의 상당수가 패스트푸드, 고열량 간식, 탄산음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정부의 의료 재정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2011년, 정부는 건강에 해로운 가공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섭취 패턴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려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과세는 공식 명칭으로는 “공중보건제품세”라 불리지만,
실제 대상 품목에 감자칩, 초콜릿바, 탄산음료 등이 포함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는 ‘칩스세’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2. 과세 기준과 적용 품목

칩스세는 특정 성분 함량이 정부가 정한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해당 제품 단위당 정해진 금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요 대상 성분과 기준은 다음과 같다.

  • 당류: 100g당 당류가 일정량 이상일 경우 과세
  • 나트륨(소금): 100g당 소금 함량이 일정 수치를 넘으면 과세
  • 카페인: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 등은 별도 과세
  • 합성 감미료와 인공첨가물도 일부 포함됨

과세 대상 품목에는 다음과 같은 제품군이 포함된다.

  • 감자칩, 튀김 스낵류
  • 탄산음료, 에너지 드링크
  • 초콜릿바, 설탕과다 과자
  • 일부 즉석식품과 인스턴트 제품

세율은 제품 1리터 또는 100g당 일정 금액으로 고정되며, 소매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3. 식품 기업들의 반응과 대응 전략

헝가리 식품업계는 초기에 큰 반발을 보였다.
소비자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 재고 관리 부담,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복합적인 부담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대형 제조사들은 제품 리포뮬레이션(성분 조정) 전략을 택하게 되었다.

실제로 몇몇 글로벌 식품 브랜드는 헝가리 시장에 공급하는 제품에서 설탕과 나트륨 함량을 기준 이하로 낮추고,
세금 부과를 회피하면서도 ‘건강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의 기준을 바꾸는 데 기여했고,
시장 전체에 ‘건강 중심의 제조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4. 국민의 반응: 부담과 변화 사이에서

헝가리 국민들의 반응은 양면적이다.
한편으로는 “제품 가격이 비싸져서 덜 먹게 됐다”는 실용적인 반응이 있었으며,
특히 저소득층은 가격 상승을 체감하며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헝가리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칩스세 시행 이후 고당류 음료 소비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세금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건강에 좋은 대체 식품의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의견은 단순한 과세만으로 식생활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5. 제도의 효과와 국제적 평가

헝가리 칩스세는 도입 후 유럽 보건 분야에서 중요한 정책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OECD는 이 제도가 **건강세(financial health incentive)**의 대표 사례로서 타 국가에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성분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기업의 대응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식습관 개선을 위해서는 세금 외에도 교육, 대체 식품 개발, 가격 보조 정책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즉, 칩스세는 하나의 해결책이라기보다 식생활 개선을 위한 복합 정책의 첫 단추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6. 교육과 병행되지 않은 정책의 구조적 한계

헝가리의 칩스세는 정책 설계 단계에서 성분 기준과 세율 구조는 정교하게 구성되었지만,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영양 교육이나 대체 식품 안내 정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세금 부과를 통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건강한 선택을 하게 되기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많은 국민이 “무엇이 건강한지”에 대한 정보 부족 속에서 단순히 소비를 줄이거나,
가격이 더 낮은 다른 불건강 제품으로 대체하는 결과도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세금 정책이 단독으로는 식생활 전환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결국, 효과적인 건강 정책은 가격 조정 + 정보 제공 + 접근성 확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작동할 때 성과를 낼 수 있다.


7. 헝가리 내 저소득층과의 역차별 논란

칩스세 도입 이후 헝가리 내 일부 시민 단체와 사회학자들은 이 제도가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려면 신선한 채소, 저지방 육류, 천연 식품 등 가격대가 높은 품목을 소비해야 하지만,
이러한 식품은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는 접근성이 낮고 가격은 오히려 더 높게 형성돼 있다.
그 결과, 세금 부과로 인해 ‘가격이 올라간 간식’을 줄이는 대신, 영양 불균형이 더 심한 저가 대체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통해 식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정책 가정이 소득과 계층 간 격차를 간과한 설계였음을 보여준다.
헝가리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이후 건강식품 바우처 제도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8. 정책의 진화 가능성과 국제 확산 모델로서의 평가

칩스세는 헝가리라는 한 국가의 제도로 시작됐지만,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건강을 위한 세금 모델’의 선례로 인용되며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멕시코, 필리핀, 영국 등에서는 유사한 설탕세 또는 가공식품세가 논의되거나 실제 도입되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헝가리 사례를 바탕으로 국가별 건강세 가이드라인 초안을 배포하기도 했다.
헝가리 정부 역시 초기 시행착오를 반영해, 세율 조정, 품목 재분류, 세금 수익의 건강예방사업 재투자 등
정책의 내실화와 순환 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칩스세는 완벽한 정책은 아니지만, 국가가 시장의 가격 구조를 통해 공공의 건강을 유도하는 방식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평가된다.


결론

헝가리의 칩스세는 단순히 간식을 먹는 데 드는 비용을 올린 것이 아니라,
식품 산업의 방향과 국민의 소비 습관, 더 나아가 국가의 보건 재정 구조까지 영향을 준 전방위적 정책 도구로 평가된다.
세금이라는 도구가 단지 재정 확보가 아니라, 행동을 변화시키는 유도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건강 관련 과세 정책을 검토하는 국가라면,
헝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수용성, 기업의 적응 능력, 소비자의 실제 행동 변화까지 입체적으로 고려하는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