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심화되면서, 단순한 재활용 장려를 넘어 직접적인 경제적 유인을 통한 감축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노르웨이는 이 흐름 속에서 가장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국가 중 하나로, 플라스틱 포장재에 대한 차등 과세 제도, 즉 플라스틱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단순히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률에 따라 감면되거나 면제되는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생산자와 수입업자가 친환경적인 포장 방식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노르웨이 플라스틱세는 유럽연합(EU)의 확장 정책보다 먼저 시행된 선도적 제도로서,
재활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세금을 설계한 순환경제형 과세 모델이라는 점에서 각국 정책 설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노르웨이 플라스틱세의 구체적 구조, 기업 및 소비자 반응, 제도의 효과와 국제적 함의를 분석한다.

1. 제도의 도입 배경: 자원 위기와 환경세 재설계의 필요성
노르웨이는 2000년대 초부터 플라스틱 폐기물의 급증과 해양오염 문제에 직면해 왔다.
특히 자국 해안선과 인근 북극해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확산 문제는 국가적 환경 리스크로 떠올랐고,
이에 따라 기존의 재활용 중심 정책에서 생산 단계에서의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졌다.
플라스틱세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제도로,
플라스틱 포장재를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기업이 납세의무자이며,
해당 포장재가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얼마나 회수되었는가에 따라 세금이 감면 또는 면제된다.
즉, 이 제도는 단순히 ‘사용한 만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산자가 회수·재활용 시스템에 기여한 정도를 정량적으로 반영하는 과세 설계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 과세 구조: 재활용률에 따른 차등 과세 방식
노르웨이의 플라스틱세는 정부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재활용률이 산정되며,
해당 수치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 재활용률이 95~100%일 경우: 세금 전액 면제
- 재활용률이 80~94%일 경우: 세금의 50% 감면
- 재활용률이 50~79%일 경우: 기본 세율 적용
- 재활용률 50% 미만: 가산세 부과 가능
이러한 구조는 기업 스스로 재활용 시스템에 투자하거나,
보다 쉬운 분리수거가 가능한 포장재를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갖는다.
노르웨이의 최대 음료 제조사들은 이 제도 시행 이후 PET병 회수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일부 기업은 재활용 포장재 사용률 100% 달성을 목표로 자체 수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3.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인식 변화
플라스틱세는 기업 대상의 과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제품 가격 인상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 소비자들은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지불 의사(willingness to pay)**가 비교적 높으며,
‘재활용이 쉬운 제품’, ‘친환경 포장 인증 마크’ 등을 선택 기준으로 삼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환경단체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품별 재활용 등급 표시 의무화, 플라스틱세 환급 캠페인, 1회용 포장 최소화 권장 가이드라인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결과 소비자 행동의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플라스틱세가 단순히 기업 부담으로 끝나지 않고, 소비자 선택 구조 자체를 전환시키는 장치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국제적 확산과 정책 수출 가능성
노르웨이의 플라스틱세는 유럽연합이 2021년부터 채택한 EU 플라스틱 부과금 제도의 설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EU는 비재활용 플라스틱 폐기물 1kg당 일정 금액의 부담금을 회원국에 부과하고 있는데,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앞서 생산자 납세 + 재활용 연동 인센티브라는 구조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이러한 제도는 앞으로 탄소세, 탄소국경세와 연계된 형태로도 발전 가능성이 크며,
플라스틱의 생산, 유통, 폐기까지 전 생애 주기(Lifecycle)에 세금이 결합되는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OECD는 이 구조를 **순환경제형 환경세(Circular Economy Taxation Model)**로 분류하며,
다른 국가에서도 벤치마킹이 가능한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5. 제도의 한계와 기업 입장에서의 실무적 부담
노르웨이 플라스틱세는 분명 효과적인 환경세 모델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실무적 복잡성과 행정 부담이 크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재활용률 산정 과정에서 정확한 데이터 확보, 공인 회수 시스템 등록, 보고서 제출 요건 충족 등이 필수적이며,
이로 인해 중소 제조업체나 수입업자들은 전문 회계·환경 컨설팅 인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외국 기업이 노르웨이 시장에 상품을 유통할 경우,
현지 재활용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세금 감면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무 단순화, 시스템 표준화,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행정 지원 강화 등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6. 제도 개선 움직임: 생분해성 소재에 대한 차등 과세 논의
노르웨이 정부는 현재 플라스틱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식물성 원료 기반 포장재에 대한 차등 과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제도는 재활용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재활용은 어렵지만 생분해되는 신소재 포장재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유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과세 기준을 ‘재활용 중심’에서 ‘재활용 + 생분해 + 유해물질 저감’ 등 다차원 평가 구조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제도 개편은 기술 발전을 반영하면서, 플라스틱세가 단순 규제가 아닌 친환경 혁신 촉진 장치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7. 플라스틱세가 보여주는 조세 철학의 전환
노르웨이의 플라스틱세는 환경세를 넘어, 조세 철학 그 자체의 진화를 상징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기존 조세는 생산이나 소비 행위에 따라 일괄적으로 부과되었지만,
이 제도는 동일한 행위라도 ‘책임 있는 방식’으로 실행했는가에 따라 세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를 갖는다.
즉, 세금은 이제 ‘처벌’이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고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조정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앞으로의 조세 정책은 단순 수입 확보가 아니라,
지속가능성, 기술 적응도,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을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으며,
노르웨이의 사례는 그러한 전환 흐름의 선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
노르웨이의 플라스틱세는 단순한 환경 보호 조치를 넘어서,
세금이라는 도구가 기업의 생산 설계, 유통 구조, 소비자 행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단속 중심의 환경 정책에서 벗어나, 재정 유인과 친환경 설계를 연결한 정교한 과세 모델로서
21세기형 환경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조세 정책은 오염물질의 ‘사용’ 자체보다는,
그 회수 가능성, 재활용 기여도, 시스템 참여율을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노르웨이의 경험은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으로서 충분한 함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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