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핀란드는 국민 건강과 영양 정책 분야에서 가장 일관된 철학을 가진 나라로 꼽힌다.
특히 **설탕세(Sugar Tax)**는 이 나라의 공공보건 전략 중 핵심 정책으로,
식품 산업 구조조정과 소비자 식습관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낸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핀란드는 단순히 음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탕, 초콜릿, 과자류 등 가공당이 포함된 제품 전반에 걸쳐 세금을 부과하며
국민의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핀란드 설탕세의 도입 배경, 과세 방식, 식품업계의 대응, 건강지표와의 연관성,
그리고 국제적 모범 사례로서의 의미를 상세히 분석한다.

1. 도입 배경: 당류 과잉 섭취와 공중보건의 위기
핀란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서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보건복지부는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가공당 과잉 섭취를 지목했다.
특히 초콜릿, 젤리, 청량음료와 같은 고당 식품의 소비가 전체 칼로리 섭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로 인한 국민 의료비 상승과 생산성 저하가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핀란드는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의료 지출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설탕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음료 중심이었지만, 이후 전체 가공식품 중 일정 수준 이상의 당류가 포함된 제품 전반으로 과세 대상을 확대하며 제도를 발전시켰다.
2. 과세 구조: 당류 함량에 따른 기준 차등화
핀란드의 설탕세는 제품에 포함된 ‘추가당’(Added Sugar)의 함량을 기준으로 과세된다.
제품 100g 또는 100ml당 당 함량이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 초콜릿 및 사탕류: 100g당 일정 금액의 고정세 부과
- 설탕첨가 음료: 리터당 부가세 형태로 추가 과세
- 당 함량이 기준 이하인 제품은 면세 또는 감면 대상
- **무가당 음료, 천연당 포함 제품(예: 100% 과일 주스)**은 일부 예외 인정
이처럼 당 함량에 따른 차등 과세 구조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품의 당 함량을 낮추거나,
대체 감미료 사용 등 제품 리뉴얼을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핀란드는 세금 정책을 통해 식품의 포뮬레이션 변화까지 이끌어낸 대표적인 국가다.
3. 식품업계의 반응과 제품 혁신
설탕세 도입 이후 핀란드의 식품업계는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세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으로 **제품 재설계(R&D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유명 음료 브랜드들은 기존 제품의 당 함량을 15~30% 낮추고,
무가당 제품 라인을 확대하여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또한 일부 기업은 ‘로우 슈가’(low sugar), ‘노 슈가’(no sugar) 마케팅을 강화하며,
세제 감면 효과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라는 부수 효과도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설탕세는 식품업계가 자발적으로 건강 중심의 제품 개발에 나서도록 자극한 정책으로 작동했다.
4. 소비자 행동 변화와 건강지표의 개선
핀란드 통계청과 보건복지연구소에 따르면, 설탕세 도입 후 성인과 청소년의 당류 섭취량이 평균 12~15% 감소했고,
청량음료 판매량은 5년간 20% 이상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비만율과 제2형 당뇨병 신규 진단 건수는 완만하게 감소 추세를 보이며,
설탕세가 단기적인 소비 변화뿐 아니라 중장기 건강지표 개선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성과는 설탕세가 단순히 세수 확보 수단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기반 조세정책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5. 조세 형평성 논란과 저소득층에 대한 영향
핀란드 설탕세는 건강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명분이 강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사회정책 연구자들은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설탕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저가 가공식품, 음료, 대량 유통되는 스낵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식생활에서 이들 제품에 더 많이 의존하는 계층일수록 세금으로 인한 가격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학교 급식 개선, 저소득 가구에 대한 건강식품 바우처 확대 정책을 병행하고 있으며,
설탕세 수입의 일부는 이러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건강 지원 예산으로 재투자되고 있다.
6. 건강 불평등 완화 수단으로서의 설탕세 설계
핀란드는 설탕세를 단순한 규제가 아닌 건강 형평성을 높이는 도구로 설계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특히 당류 섭취로 인한 질병은 교육 수준, 소득 수준에 따라 유병률 격차가 큰 만큼,
설탕세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보건 교육, 지역 보건소 건강 프로그램, 영양 컨설팅 서비스 확대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핀란드 보건복지부는 “세금 자체보다도, 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사회적 수용성의 핵심”이라고 밝히며
‘징벌적 조세’가 아닌 ‘건강 투자 조세’로서 설탕세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정책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7. 국제 보건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
세계보건기구(WHO)와 OECD는 핀란드 설탕세를
**‘가장 체계적으로 설계된 건강세 정책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음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고체식품 전반에 적용되며,
당 함량이라는 과학적 기준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확장성이 높은 모델로 꼽힌다.
WHO는 2030년까지 비전염성 질환(NCD) 감소 목표를 제시하며,
회원국들에게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데,
핀란드의 사례는 이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핀란드의 정책은 다른 국가의 건강세 도입을 위한 기술적·철학적 기준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핀란드의 설탕세는 정교한 세율 설계, 산업 구조 전환 유도, 소비자 행동 변화 유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적 완성도를 갖춘 모범적인 건강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무작정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류 함량이라는 과학적 기준에 기반한 차등 과세 방식은
국민의 거부감은 줄이고,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앞으로 건강세를 고민하는 국가들에게 핀란드의 사례는
정밀 조세 설계, 산업 설득, 소비자 인식 전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금은 이제 단순한 재정 수단이 아닌, 건강 정책의 일부로 정교하게 작동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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