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유럽

노르웨이의 항공 탄소세, 하늘 위의 탄소 비용을 가격에 반영한 기후 조세 전략

crurui 2025. 11. 23. 11:30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항공 산업은 여전히 가장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탄소 배출원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선 항공편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탄소세 면제 대상이며,
값싼 항공권이 보편화되면서 비필수 항공 여행이 증가하고 탄소 배출량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항공 여객당 탄소세를 부과하는 '항공 승객세(Air Passenger Tax)'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는 개별 소비 행위에 탄소 비용을 직접 전가하는 구조적 조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노르웨이 항공 탄소세의 도입 배경, 과세 방식, 정책적 효과, 국제적 반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노르웨이의 항공 탄소세, 하늘 위의 탄소 비용을 가격에 반영한 기후 조세 전략

1. 제도 도입 배경: 항공 배출의 구조적 문제

노르웨이는 지리적 특성상 국내 항공 교통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다.
산악 지형과 긴 해안선으로 인해 철도와 도로망만으로는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내륙-연안 간을 잇는 국내선 항공편 이용률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이로 인해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 중 항공 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기후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정책 배경이 되었다.

노르웨이 환경부는 2016년, 모든 항공편 승객에게 일정 금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항공 승객세(Air Passenger Tax)**를 도입했으며,
이는 단순 수익 확보 목적이 아닌, 탄소 배출에 대한 가격 신호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2. 과세 구조와 운영 방식

노르웨이 항공 탄소세는 운항 거리와 목적지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고정 세금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기본적인 과세 구조는 다음과 같다:

  • 단거리 항공편 (유럽 내): 승객 1인당 약 80노르웨이 크로네 (약 7~8달러 수준)
  • 장거리 항공편 (유럽 외): 승객 1인당 약 200크로네 이상 부과
  • 국내선, 국제선 모두 적용 대상
  • 2세 미만 유아, 군용 비행, 외교 목적 비행 등은 면세 대상

해당 세금은 항공권에 포함되어 사전 부과되며,
항공사는 이를 징수 후 국세청에 신고·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수익금은 국가 재정으로 귀속되지만, 일부는 지속가능 항공연료 개발, 친환경 교통 인프라 투자 등에 배분된다.


3. 정책 효과와 산업·시민 반응

제도 도입 이후 노르웨이에서는 단거리 항공 수요가 소폭 감소한 반면,
철도와 전기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의 이용률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발표되었다.
특히 오슬로~베르겐 구간처럼 철도 접근성이 좋은 노선에서는
항공 수요가 평균 5~8% 감소했으며, 이는 정부가 예상했던 행동 변화 유도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공 업계는 초기에는 이중 과세 및 경쟁력 저하 우려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사용 시 감면 혜택,
지방 소형 공항 운영 지원, 탄소중립 항공기 개발 보조금 등을 병행했다.
시민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며,
탄소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여객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구조는 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4. 제도의 한계와 지역 교통 격차 문제

항공 탄소세는 기후 대응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지리적 불균형과 교통 대체 수단 부족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르웨이 북부나 외곽 지역의 경우, 철도망이나 고속도로 인프라가 미비하여
항공편이 사실상 유일한 교통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주민들에게 항공세는 환경 보호를 위한 조세가 아닌, 지역 이동권에 대한 비용 증가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곽 지역 출발편에 대한 감면 조치, 전기 항공기 시범 운영, 지역공항 지원 예산 확대
지역 형평성을 고려한 보완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5. 유럽 내 항공세 도입 논의와의 연계

노르웨이의 항공 탄소세는 EU 외 국가에서 먼저 도입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차원에서의 기후 조세 논의에 결정적인 참고 모델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2022년부터 EU 전역의 항공 연료세 도입 및 여객세 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과세 기준과 세수 활용 방식, 대체 교통수단 유도 전략 등을 참고 자료로 명시한 바 있다.
특히 저가 항공사의 단거리 노선 과잉 운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국가 간 탄소세 연동제 또는 통합세율 적용 방안이 논의 중이며,
노르웨이 모델은 개별 국가와 공동체 차원의 탄소 조세 정합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6. 항공세를 넘은 조세 철학의 진화

노르웨이의 항공 탄소세는 단순히 비행기 한 번 더 타는 것을 억제하자는 규제를 넘어,
개인의 탄소 소비 전반에 대해 ‘비용 인식’을 정착시키는 경제적 신호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조세 철학은 향후 해외 여행, 화물 운송, 비즈니스 출장 등 고탄소 이동 전반에 대한 과세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노르웨이 정부는 전국민 탄소 계좌(Carbon Account)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이 세금은 그러한 ‘개인별 탄소 예산’을 구축하는 기반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탄소세가 단순히 환경 보호 수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후 책임을 개인화하고 구체화하는 조세 모델
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

노르웨이의 항공 탄소세는 개인 단위 탄소 소비에 가격을 부여하는 대표적인 정책 도입 사례다.
이 제도는 단순한 세금 징수가 아니라,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키고, 교통 구조 전반의 탄소 중립화를 유도하는 다층적 전략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세금은 항공 산업에 일방적 책임을 부과하기보다,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와 투자를 병행함으로써 제도의 수용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사례는 기후 조세가 단지 환경보호 수단이 아니라,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경제적 신호체계로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
을 명확히 보여준다.
향후 이 모델은 EU 공동 탄소세, 국제선 항공세 확대 논의에서도 핵심 참조 사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